은사시나무
written at2010.05.11 02:14:48겨울이 지나, 바로 접어든 여름.
거리엔 관능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것은... 유난히 춥던 지난 겨울...
몸을 꽁꽁 싸매두었던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버린
행인들의 경쾌한 움직임 때문일 수도 있고,
그 행인들이 입고있는 얇고 짧은 옷 속에서 풍기는 듯한
사람들의 체취 때문일 수도 있고,
그 행인들 사이에서 부유하는 은사시나무의 눈꽃같은 솜털이
부유하는 내 마음속에 들어와서였을 수도 있다.
이상기후 때문에 갑자기 겨울에서 여름으로 도착한 나와 너는
해마다 점점 커져가는 이상한 불길함과 의혹을 뒤로하고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이 내지르는 듯한 비명속에
말 그대로 갑자기 풍덩 빠져버렸다.
이 세상에 종말이 오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할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듯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이 수십만년의 억겁의 세월을
자신들의 육체로 증명하고 있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을 그리워할까?
너는 나에게 물었다.
예의 심드렁한 목소리와 텅빈 눈빛으로.
자신은 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