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written at2005.06.28 02:05:40


어렸을 때 ... 한국영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고2 겨울방학 때... 학교 자율학습 땡땡이 치고 영화나 보러갈까 하던차에 친구와 의기투합했다. 나는 마침 개봉해였던 타이타닉을 봐야한다고 했고 그 친구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자고 했다. 나는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보기 아깝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같은 돈을 준다면 스펙타클을 봐야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런데 그친구는 심은하 얼굴이 그 큰 스크린에 가득 나오면 그게 바로 스펙터클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 예전에 지루하게 보였던 장면들이 이제는 확실히 어떤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상하다... 내가 그만큼 자랐다는 것일까? 모르겠다. 그 판단은 내 스스로 내리기 어렵다. 그런데 내가 만약 이 영화가 가진 슬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한 것이라면  그것은 그동안의 학교 공부를 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나이를 먹었을 뿐인 것 같다.

ps 1. 이 영화의 한석규를 보면... 사진관집 아들로 결국 우리학교에 오게된 동기녀석이 생각난다. 성격도 비슷하고 (그 친구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얼굴도 상당히 닮았다. 그 친구 요즘 너무 바빠서 보기 힘들지만 가끔 보고싶을 때가 있다. 한석규 같은 느낌의 그 친구...그 느낌을 지켜갈 수 있을까?

ps 2. 심은하도 보고싶다. 어서 컴백해서 평정해주길 바란다. ^^

ps 3. 이 영화는 故유영길 촬영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하시고 얼마되지 않아서 돌아가셨 것으로 기억한다. 제자의 데뷔작을 찍어주면서도 제자가 하자는데로 따르셨다고 한다. 내 생각인데 정일성 감독과는 반대의 방법으로 가장 한국적인 빛을 담은 분이라고 생각된다. (... 말로 표현하니까 이렇게 빈약한 표현이 되는군.)

ps 4. '내 인생에 작품 하나'.. 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이 정도 영화 한편 세상에 남기고 죽는다면 여한이 없을것 같다. 감동을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그 해 한국영화중 최고 흥행을 했다. 상업적인 고려가 거의 없다시피한 영화인데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대중의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쩌면 사진의 딜레마는 그런 것이다. 대중의 동의를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스스로를 게토화시킨다. 어느때는 자아도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말은 조심스럽다. 사진을 그런 면에서 비난하는 것이라면 가난한 시인을 비난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딜레마인 것이다.

ps 5. 쓰다보니 첨언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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