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 바로 접어든 여름.

거리엔 관능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것은... 유난히 춥던 지난 겨울...

몸을 꽁꽁 싸매두었던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버린

행인들의 경쾌한 움직임 때문일 수도 있고,

그 행인들이 입고있는 얇고 짧은 옷 속에서 풍기는 듯한

사람들의 체취 때문일 수도 있고,

그 행인들 사이에서 부유하는 은사시나무의 눈꽃같은 솜털이

부유하는 내 마음속에 들어와서였을 수도 있다.


이상기후 때문에 갑자기 겨울에서 여름으로 도착한 나와 너는 

해마다 점점 커져가는 이상한 불길함과 의혹을 뒤로하고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이 내지르는 듯한 비명속에

말 그대로 갑자기 풍덩 빠져버렸다.

이 세상에 종말이 오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할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듯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이 수십만년의 억겁의 세월을

자신들의 육체로 증명하고 있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을 그리워할까?

너는 나에게 물었다.

예의 심드렁한 목소리와 텅빈 눈빛으로.

자신은 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829 위로하기 2010-08-22
828 선천성 그리움 2010-08-21
827 조강지처 2010-07-30
826 판단 2010-07-30
825 왕만두 2010-07-24
824 함께했던 시간 2010-07-19
823 2010-07-16
822 편의점 2010-07-10
821 88 2010-07-05
820 2010-06-30
819 - 2010-06-27
818 피아노 2010-06-24
817 요시다 슈이치 <7월 24일 거리> 2010-06-18
816 위안 2010-05-31
815 서정시대 2010-05-29
814 명령 2010-05-28
813 2010-05-25
812 토끼 헤어밴드 2010-05-19
811 호감과 적대감 2010-05-11
» 은사시나무 201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