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at2010.05.25 01:08:02

왠지 일이 잘풀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국 팁을 챙겨줘서 고맙게 받았다.

그 돈이 얼마건 간에

내 수고가 혹은 노동력이, 또는 어떤 처절함이

그 금액 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일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앨레베이터 앞에서

그 돈을 몰래 세어보았다.


어떤 금전적 거래 관계 속에서

지나가는 말로 고맙다고 하는 것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한 기본적인 예의일 것이다.

그 말을 들을 때 한편으로는 내가 고맙기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형식적 표현에

언어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이랄까.


말이란 그런 것이다.

성대를 통과해 너와 나 사에의 공기에 생겼다가

곧 사라지는 허망한 파동.

당신의 그 예의가 고맙기도 하지만

나는 그 허망한 말을 듣기위해

또 고단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이 고단한 것들이 다 떨쳐지면

내가 고마워해야할 사람들에게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말없이 금일봉을 건내는 사나이가 되고 싶다.


비가 끈적하게 내리던 날.

종로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829 위로하기 2010-08-22
828 선천성 그리움 2010-08-21
827 조강지처 2010-07-30
826 판단 2010-07-30
825 왕만두 2010-07-24
824 함께했던 시간 2010-07-19
823 2010-07-16
822 편의점 2010-07-10
821 88 2010-07-05
820 2010-06-30
819 - 2010-06-27
818 피아노 2010-06-24
817 요시다 슈이치 <7월 24일 거리> 2010-06-18
816 위안 2010-05-31
815 서정시대 2010-05-29
814 명령 2010-05-28
» 2010-05-25
812 토끼 헤어밴드 2010-05-19
811 호감과 적대감 2010-05-11
810 은사시나무 201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