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written at2009.05.11 01:50:35
Okuribito.Departures.2008.JPN.DVDRip.x264.AC3-8thSin.mkv_004882711.jpg

장례식장에서 돌아와서...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려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단지 아카데미상을 받은 일본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된 영화였는데
이렇게 또 데자뷰처럼 마주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이 밤에 이렇게 글을 쓴다.
조금은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끼며.

영정사진 속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대학교 졸업식으로 보이는 날씨 맑은 날.
그녀는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약간 갸우뚱한 턱의 각도며 머리칼이 위치, 미소의 적당함이
그 날의 행복했던 기억을 아름답게 재현해주고 있었다.
나는 4x6인치의 그 사진을 받아... 24시간 출력센터에 가서
그녀의 얼굴 주위만을 적당히 잘라내어 영정사진을 완성하였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 가장 예쁘게 보여야 할 텐데.

이후 장례식장에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괜히 눈물이 났다.
우리가 별 이유없이 사진을 찍는(찍히는) 매 순간까지도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 되는 것 같아서.

장례가 진행된 3일동안 어떤 사진도 찍지 못했다.
가끔 들려오는 경박한 폰카메라의 셔터소리가 짜증스러울 정도로
사진이 무겁게 느껴졌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이 모든 짓이...
이렇게 버거운 일이었다니.
우리가 한 생을 살고 남기고 가는 것 중에
사진처럼 가볍고도 무거운 것이 있을까.

영정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던 당신.
마음 속에서 항상 죄송했던 당신.
이제 좋은 곳에서 그 영정사진 만큼 행복하세요.

굿바이.
(앤 씨 유 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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