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포토

written at2009.04.08 23:53:02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포토(Seoul Photo)에 다녀왔다.
LA나 파리에서 하는 식으로 이제 사진 분야의 아트페어는
어떤 도시의 지명과 'Photo'라는 단어를 결합하는 식으로 네이밍을 하는 게
트렌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번 포토 페어의 주빈국은 스웨덴이다.
스웨덴 작가의 작품들은 프린트만 공수되어온 것처럼 보였다.
액자는 우리나라의 드림액자에서 협찬받았고
대신 드림액자에서 독점 부스 하나 차리고
주빈국 작가가 전시하는 공간 아래켠에
드림액자의 광고문구 하나를 넣어주는 조건으로 일을 진행시킨 것 같다.

그런데 그 주옥같은 작품들의 액자가 말이 아니었다.
다른 한국 작가들에게 미안하지만
거의 스웨덴 작가들이 한국 작가들을 발라버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품들이 훌륭했는데
그 훌륭한 작품에 싸구려 MDF액자로 프레임을 하다니
Guest of Honor가 아니라 Guest of Shame 이었다.
아무 관계없는 내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지만... 뭐... 액자는 액자일 뿐이니... 사진만 보도록 노력해봐야지.
(라고 마음먹어보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아트페어를 그렇게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아트페어를 마켓이라고 했을 때...
이 시장은 정말 기묘하다는 생각을 갈 때마다 한다.
작품을 사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한성필 선배의 작품을 보며 감탄하던 여학생 앞에서
나는 그 간극을 분명히 느껴버렸다.
내가 사진을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10년 전에는 나도 저렇게 감탄했을테니까 말이다.

모든 것은 오해였다고...
이 작품은 그렇게 굉장한 것이 아니었다고...
부스를 두번째 돌며 생각하게 된다.
왜 나는 두번째 작품을 볼 때 그렇게 감탄했던 작품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모든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일까?
왜 나도 모르게 너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진짜라고 착각에 빠져버리는 것일까?

배신에 익숙해져서 그럴거야... 라고 누군가는 내게 말해 주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신뢰를 받으면 받을수록 더 신뢰받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뢰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작가가 시장에 신뢰를 얻으면
그 신뢰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정말 좋은 작품은
자신이 가진 주변에 신뢰를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긴장감 속에서 탄생하는 것 같다.
작가와 관객 사이에 팽팽한 길항작용이라고 할까.

주빈국의 작품을 홀대한...
아직은 걸음마단계의...
사진의 변방 한반도의 남쪽지방에서 개최된...
사진아트페어에 모였던 사람들은
어떤 좋은 작품을 마음 속에 담아갔나 궁금하다.
그들이 다음에 작품을 볼 때는
배신감을 느끼지 말아야 할 텐데.

박진우

2009.04.10 09:19:45

일단 여러 번 보다 보면 질리기도 하고, 헛점도 잘 보이고,
계속 보면 나중에는 뭐 별 거 없네? 이런 생각도 드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정말 지속력이 강한 예술 분야인 듯.
한 사람이 수십년동안 즐겨 들을 수 있는 곡이 꽤나 될테니까...)

반면에 '친분 유지'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 때문에 작품에 공감을 보내는 경우도 있는 거 같아.
인터넷에 셀수없이 존재하는 사진 커뮤니티들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문제라고 할 수는 없나?)이기도 하고...
끼리끼리 놀게 되는 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쳐도, 제대로 된 비평은 설 수 없는 공간이 되는거지.
누가 그런 이유로 손석희 씨는 '친구'를 안 만든다고 그러더라고... ㅎㅎㅎ

isle

2009.04.11 01:33:06

1. 사진도 그런 사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건 이미지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내 개인적인 문제인 듯.
어찌되었든 간에 음악이 지속적인 것은...
음악이 시간예술이라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됨.

2. 친구가 인맥이 되고 그것이 권력이 된다는 것은
개인이 어찌 해 볼 수 없는 문제인 듯 하다.
모든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게 되니까...
살아가려면...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이 필요하고
그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가는
다시 각자가 결정할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

제대로된 비평... 이라는 것도 그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정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됨.
어떻게 보면 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비평이라는 것이
아직 제도권에서는 신경도 안 쓰는 것이 사실이고...
그 공간 안에서 제대로된 비평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해도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들이 사는 세상'식으로 게토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

그러니까 개인은 어딘가를 선택해서 그 속에서 정치적인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대다수가 동의하는 방식인 것 같다.

그러니까... 다른 물에서 놀 생각하지 말고
다른 물 안에 있더라도 말을 섞지 말던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그 물에 적합한 영법으로 헤엄을 칠 수 밖에.

다만 미술이나 무용, 혹은 클래식 음악 등의 엘리트 예술이 아닌...
영화나 TV, 팝음악같은 대중예술이 택하는 정치적인 시스템...
절대 다수의 대중의 반응을 통해서 정치적인 패권을 형성하는 방식의
민주성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임.
그러니까 포클이 채택하고 있는 베겔의 민주성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니가 말한 것과 같이 그 민주성을 통한 정치적인 패권의 획득이
지인을 통한 몰표... 같은 방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조작할 수 있다면
그 민주성에 대해 의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함.
그러나 별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

더 큰 범위에서 이야기 하자면
민주주의라는 것은 다수의 표를 획득해서 정치적인 패권이 만들어는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복잡하다는 생각을 함.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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