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written at2008.12.05 01:05:32
뜨거웠지만 촉촉히 젖어있었던 한 사람의 20대...

이제 서른이 되지만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한 사나이의 삶이 시작되었던 날...

그의 아버지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술에 젖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마루에 아버지가 던져놓은 옷을 보았을 뿐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의 취한 얼굴을 본다 하더라도

더는 그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순이 넘도록 평생 집과 직장을 떠나지 못했던 그는

어제도, 그저께도, 그 전 날도

직장이 끝나면 병원에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병든... 당신의 아버지를 찾아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는 그가 평생 놀았으며,

그 때문에 아버지의 인생이 얼마나 뒤틀렸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그가 그의 아버지에게 쏟는 지극정성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12월 4일...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생일 축하를 받지 못했으나

오히려 그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아들의 생일 따위는 잊어버리고

이 밤만큼은 깊히 잠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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