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의견

written at2008.12.17 02:34:03
소설가 김훈은 사람들이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지 않고 이야기 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며
그런 뒤죽박죽이 이 사회의 인간의 소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그가 말하길...
사람들은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한다고 했다.

김훈이 30년간 기자 밥을 먹은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그가 얼마나 fact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그가 이순신의 난중일기의 드라이한 문체에 압도감을 느끼며
자신의 소설 '칼의 노래'마저 그러한 방식으로 썼는지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사진에 관련한 여러 연관된 지점들이 떠올렸다.

첫번째 지점...
다큐사진과 순수사진의 기묘하고도 어쩔 수 없는 분리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
매그넘과 ICP 혹은 수많은 아마추어 일상 스냅 사진가들...
그 대척점의 현대 미술교육을 받은 순수사진가들이 있다는 것.
그런데 그 속에서 다큐사진이 순수사진에 다가가고 있으며
혹은 순수사진은 다큐사진처럼 스트레이트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두번째 지점...
사실이란 무엇이고 의견이란 무엇일까?
카메라가 프레이밍 한 순간... 그 사진속에 담긴 이미지는 구성된 현실이며
그것은 이미 현실이 아닌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고...
이젠 디지털이 개입함으로써 조작의 가능성 마저 늘상 염두해 둬야하는 일이 되었다.
순수사진가들이 사진을 다룰 때 단순 기록에서 빠져나가는 대목도
그 뿌리를 추적하다 보면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나름대로 구성된 세계에서
무엇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야하고 무엇을 거짓으로 걸러내야 할 것인가?
어떤 사진도 사실을 말할 수 없다는 허무주의로 우리는 이 세상을 구성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세상은 만인이 가진 만인의 의견으로만 구성되는 것인가
결국 인간과 인간은 소통에 이르지 못하는 것인가

세번째 지점...
김훈이 사실을 나열함으로써 이 세상이 움직이는 어떤 본질에 다가가는 것처럼
사진도 그러할 수 있을까?
안드레아 구르스키나 에드워드 버틴스키가
사실을 나열함으로써 본질에 다가가는 모습을 예로 들 수 있을까?
이 모습은 또한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환영인가?
본질에 다가가지만 인간을 너무 오브제로 다루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니까 인간의 개별성을 놓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네번째 지점...
존 샤코프스키가 주장하는 창과 거울을
사실과 의견의 대립항과 견준다면
우리는 사진을 통해 재구성된 사실을 마치 창을 통해 들여다보듯 쳐다보는 것이고
세계에서 나를 통해 반영된 의견을 사진이라는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다섯번째 지점...
구본창의 '백자'작업이나 '탈'을 예로 든다면
이 작업은 잊혀져가는 풍속이나 유물에 대한 재구성된 다큐먼트인가
혹은 이명호가 말하는 어떤 주제나 소재의 환기인가?

여섯번째 지점...
이러한 사실과 의견의 대립항 속에
개별적 한 인간으로서 작가는 누구인가?
만약 이러한 작가의 개별성이 실존의 문제라면
그러한 고민이 잘녹아든 지점을 잘 찾아낸 작가는 빌 비올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는 자폐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만약 '감동'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실과 의견을 떠난 개인의 실존의 문제일까?

우리는 사실과 의견 속에서 어떻게 나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관객들은 관객대로
작가는 작가대로
세계와 소통하고 잇다는 감각 속에서
행복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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