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디서 얻었는지 하나은행 사외보를 집으로 가지고 오셨다.
(이 잡지는 미술작품에 투자하려는 고객을 위해서 만들어 졌으며
주로 미술에 관련된 글들과 인터뷰가 실린다.)

이번 호엔 명호형 나무 연작을 표지 사진으로 하고 인터뷰도 실렸는데
아버지는 인터뷰를 읽어보고는 (역시나!)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더라며 비난하셨다.

나는 미술이론에 무지한 아버지를 비판하거나 무시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세계관 안에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인터넷 사진 동호회에서 본 사진 작품 하나를 구입하려한다는 이야기를
아버지가 계신 식사 자리에서 한 적이 있었다.
작품의 가격은 내가 생각해도 한참 모자란 10만원 이하로 책정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버지는 사진을 사서 뭐에 쓰느냐며 불쾌해 하셨다.
같은 자리에 있던 동생은 음반은 왜 사서 듣느냐고 해서 논쟁이 붙었는데
음반은 가격이 비싸지 않으므로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말씀은...
수익을 취하는 방식의 민주성으로 대중예술은 인정할 수 있으나
말도 되지도 않은 설을 풀어가며 별로 감동도 주지않는 작품에 금전적 가치를 높혀가는
미술이 수익을 취하는 방식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지금 미술계를 돌아보자면
이렇게 말해주는 방식이 무식하게 들리기는 커녕
오히려 신선하게 들린다.
아마도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우아하게 아닌 척 하고 있지만 이런 비판을
눈총이 쏟아지는 고요 속에서 듣고 있을 것이다.
'행복한 눈물' 이후로 다들 미술은 구린내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미술은 아직도 우아한 척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이고...
그럼 나는 어찌해야하나.

그런 비판과 구린내를 기어이 통과해서

누가봐도
당신의 지갑을 열만한 충분한 상품가치를 지닌 작업을 하고 싶다.
 
당신에게 위안을 주는...

당신의 무지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 지친 마음에 안식을 주는...

해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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