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written at2007.05.29 00: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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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내 방 처마 밑에서 살던 땅벌 가족이
하룻밤 사이에 태풍에 쓸려갔던 적이 있었다.
올해 그 자리 옆에서
새로운 땅벌이 나타나 가족을 만들고 있다.

인간은 땅벌을 관찰할 뿐이지
땅벌이 되어볼 수는 없으므로
이들이 가진 것이 희망인지 처절함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이들이 입안의 것을 토해내어 집을 짓고 그 속에 알을 낳으며
필사적으로 그 알을 지키는 모습을 나는 바라본다.

무의미한 고통 속에 살다가 죽는 것이 인간뿐 만은 아니다.
다만 인간만이 그 무의미를 견디지 못할 뿐이다.
땅벌의 필사적인 몸짓이 무의미할 때
오히려 고통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이다.

인간이 의미로 사고할 때
무의미로 들어가는 열쇠를 잃어버린다.
결국 무의미로 들어가는 열쇠는 몸을 통한 체험이다.

그래도 나는 땅벌이 되어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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