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

written at2006.06.14 01:10:46
한국-토고전이 있었던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에 조그만 통닭집에 들렀다.
수퍼에서 산 맥주를 두병 들고 통닭집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가게는 바쁘게 돌아갔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그들은 부자지간이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아들은 능숙한 태도로 전화 주문을 받았고,
그의 아버지는 타이머로 정확히 시간을 재가며 통닭을 튀기고 있었다.
스쿠터로 배달을 바삐 나가던 아들의 모습이 늠름했다.
그 순간은 월드컵 전사들의 모습보다 씩씩해보였다.  
나도 그런 씩씩한 아들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통닭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노오란 가로등 불빛이 비춰드는 이 골목길을 걸으며
술을 드시면 가끔 통닭을 사들고 들어오시던 아버지 생각을 했다.
아버지. 당신은 이 밤길을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심정으로 걸어오셨던가요?
통닭을 사오신 날이면 왜 그리도 몸은 휘청대었던 건가요?
그래도 나는 10년쯤 후에는 통닭을 사들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조금은 슬픈 뒷모습의 사나이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s. 오늘 한국이 이겨서 꽤나 기쁘다.
가족들과 함께 먹은 맥주와 통닭도
기분좋게 속에서 부대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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