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st Days
written at2006.05.20 00:38:08
스쳐 지나가던 어느 여고에서 운동회가 벌어진다.
나로선 꽤 신기한 광경.
하루키는 등교시간에 늦어서 담 넘어가는 여고생을 보면 하루가 즐겁다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여고생들의 운동회란 나에게 퍽이나 비일상적인 광경이다.
내가 그녀들을 훔쳐보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녀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는 중은 아니었다.
구령대에 올라간 선생님이 뭐라고 뭐라고 고함을 지르며 질서를 잡는 듯했고...
그녀들은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 조금은 흥분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들떠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들의 환호성과 함께 음악이 울리고
몇명이 무리들로부터 빠져나와 운동장 한가운데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음악은 Beyonce의 'Crazy in Love'... 다들 하나같이 궁둥이춤이다.
그 광경을 보는 (대다수의 춤을 추지않는) 얌전한 학생들이 자지러진다.
그 뒷편에서 팔짱을 끼고 이걸 보고있는 선생님들도 웃음이 가득하다.
Last Days...
이상하다... 이 광경에 나는 왜 눈물이 나는걸까...
너무 평화롭고 행복해보여 그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마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번 뒤척이면 깨어나는 꿈처럼
쉽게 상처받고 부서져버릴 것 같아 눈물이 나는 것일까...
그리고 이날 구스 반 산트의 'Last Days'를 보다.
1994년 얼터네티브 락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27세의 나이로 자살함으로써 십대 영혼의 냄새가 되었다.
1995년 한국에서는 시네필을 위한 영화잡지 '키노'가 탄생하였고, 그들이 내건 기치는 얼터네티브 영화였다.
2003년 재정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제99호를 마지막권으로 '키노'가 폐간되다.
2006년 비슷한 이유로 예술영화를 탄력적으로 상영해왔던 '시네코아'가 폐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