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꽃
written at2006.05.20 20:16:28
영화 '박하사탕' 마지막 챕터...
영호는 순임과 함께 들꽃 앞에 서서 그런 말을 한다.
나중에 사진기 매구서 이런 이름없는 꽃들 찍고 다니고 싶다고...
그리고 화면은 영호의 시점샷으로 바뀌면서
영호는 양손 엄지와 검지로 프레임을 만들어 순임을 그 프레임 안에 넣는다.
이 영화에서 순임은 영호의 첫사랑이기도 하지만
하루에 박하사탕 천개씩 포장하는 일을 하는 생산노동자다.
이름없는 꽃들...
김소월의 '산유화'도 비슷한 시선으로
산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다.
산유화(山有花)
-김소월(金素月)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이 시를 3년전 문학 교양시간에 시인 선생님은 이렇게 바꿔 읊으셨다.
산에는 사람이 피네
사람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사람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사람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사람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사람이 지네
사람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사람이 지네.
'키작은 하늘'이라는 영화도 있고 노래도 있는데
문득 이 작은 들꽃들의 하늘은 얼마나 키가 작을까 생각해봤다.
그들을 찍으려고 내가 다가갔을때 내가 굽혔던 몸의 높이만큼
그들은 나에게 멀리 떨어진 타인같은 존재이다.
봄의 햇살이 무심히 보아 넘기던
미시적인 풍경을 포착하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늘은 조금은 가까이 다가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