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앵벌이

written at2006.05.23 00:55:49
지하철 7호선 내가 탄 객차에 앵벌이가 한명 들어왔다.
내 나이 정도 됐을까?
그는 한쪽 다리에 철로 된 보조장치를 하고 있었다.
그는 객차에 매달린 손잡이에 의지해
원숭이가 나무타듯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힘겹게 유인물을 돌렸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지갑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가 그 돈을 가져간건 아주 잠깐이지만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그의 무표정함 속에 모멸감과 적대감이 느껴졌다.
모멸감은 그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적대감은 나를 향한 것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었을 것을 그랬다.
이런 종류의 슬픔까지 감당하기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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