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이

written at2006.05.01 00:54:26

color31.jpg

교수님께 검사받기 위해 이 사진을 판넬에 붙여
잠시 칼라암실 앞에 잠시 세워놓았던 적이 있다.
지나가시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칭찬해주셨다.

그날, 그 누구에게 받았던 칭찬보다 뿌듯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무방비 상태에 그 누군가에게
카메라로 폭력을 행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땐 촬영을 사냥과 동일하게 생각했었다.  
필름을 카메라에 장전하고,
나는 사냥감을 만난 포수의 자세로
그 누군가에게 슈팅(shooting)한다.

나에게 조금 면죄부를 주자면,
거리스넵사진에서 라포(rapport)의 형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라포를 형성하려고 피사체에게 말을 걸면
진실은 또 다른 층위로 이동해서
묻혀버리기 쉽상이다.
피사체는 기어코 그 상황을 연기하고 마는 것이다.
하여, 어쩔수 없이 행하는 캔디드(candid) 촬영.
사진가의 죄는 그렇게 쌓여만 간다.

그렇지만 이 죄에 대한 보속이 있다면 뭘까 생각한다.
그저 양심적으로 찍을 것.  
캔디드에 분노하는 모델에게
가차없이 필름을 빼서 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가질 것.
진실을 담겠다는 헛된 욕망이
머리 속을 지배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질 것.
열정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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