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少·年>, 일민 미술관, 서울
written at2009.06.21 23:55:13Date : 2009. 6. 19 ~ 8. 23
Location : 일민미술관 , 서울 / ilmin Museum of Art, Seoul, Korea
Address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39번지 (우 110-050) / ilmin Museum of Art, 139 Sejong-no, Jongno-gu, Seoul 110-050, Korea
Artists : 강재구, 권우열, 고정남, 박진영, 양재광, 오석근, 이지연, 최은식, 최종규
Website : http://www.ilmin.org
전시 기간 중 미술관 전경
- 다른 아티스트 작업 설치 광경
>1층 전시장
>2층 전시장
>일민시각총서 4
이번 전시는 네번째 일민시각총서 발간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총 607 페이지
일민시각총서 4 <청소년> 첫번째 사진
Location : 일민미술관 , 서울 / ilmin Museum of Art, Seoul, Korea
Address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39번지 (우 110-050) / ilmin Museum of Art, 139 Sejong-no, Jongno-gu, Seoul 110-050, Korea
Artists : 강재구, 권우열, 고정남, 박진영, 양재광, 오석근, 이지연, 최은식, 최종규
Website : http://www.ilmin.org
이번 「일민시각문화」『靑·少·年』은 오늘날의 청소년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결과이자 동시에 뿌리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는 기성 사회의 가치관 부재와 맞물린 것으로 가치관 부재는 교육 혹은 성장기 문화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의 부재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 교육은 국가나 기업 경쟁력, 대학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만 다루어지고 있고, 정체성 문제도 사회적 생산력 경쟁을 위한 인성과 능력 기준에서만 얘기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서의 시각이다.
우리가 자라온 과정을 되돌아보며 '젊었을 때'라고 하지 않고 '어렸을 때'라고 하면 대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가리킨다. 「일민시각문화」에서 이번에 다루는 ‘청소년’은 10대가 된 소년, 소녀들이 주제이다. 모든 인간은 10대를 거치면서 독립된 개인이자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보통 10대는 미성숙기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미성숙’이란 표현과 ‘무한한 가능성’이란 표현을 곱씹어보면 거기엔 사실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그래서 이해하기 나름인 다의적 차원의 어감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성숙이라는 의미는 육체적, 정신적인 미성숙을 의미하기도 하고, 법적으로는 국가 · 사회 구성원으로 갖추어야할 정치경제상의 자율적 의무 · 권리 관계에 엮여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한편 무한한 가능성이란 말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 말뜻은 추상적이고, 생각해 볼수록 애매하다. 살다보면 사회생활은 그렇게 다양한 가치관이나 생활방편 혹은 목적 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무한한 가능성이란 말은 슬프게 들리기도 한다. 현실에서 이 말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체험에 더 맞아 떨어진다. 무한히 다양한 인생의 저열함을 겪을 가능성, 다양한 방면과 목적에서 뒤쳐진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라는 것이 훨씬 실제상의 삶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일컬어 미성숙이라고 하는 것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라는 통념은 어떻게 된 것일까? 만일 정반대로 본다면 어떨까? 이 시기가 어쩌면 육체적으로는 생명력이 꽃피우는 완벽한 시기이며, 개별적 정신에서 볼 때는 인간의 신성(神性)이 아직 때묻지 않은 영혼의 빛을 발하고 있는 시기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신의 의미를 사회가 수긍하는 행위수행의 능력이라고 본다면, 정신적으로 이 시기는 미완의 시기가 맞다.
우리의 교육정책과 제도는 청소년들에게 다양성과 창의력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인생의 성공’에 대한 비전과 평가에서는 서열화된 대학과 직장과 직업 등을 우선시한다. 청소년에게 대학입시가 제시하는 가치관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가치관이다. 이 점에서 국가와 사회, 기성세대인 부모와 교사는 일심동체이다. 일심동체이기 때문에 국가와 시민사회의 구성원 모두는 이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볼 때 사회에 가치관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실이 이런데도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이 미성숙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속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사회적 거짓은 거짓일진데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아무도 거짓이라 하지 않은 채 우리 사회는 한국인의 우수한 수학(修學) 능력과 생존 능력, 근면성 등을 거론하며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현대사회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는 끝없는 경쟁 속의 사회적 생산력 향상과 그 속에서의 개인의 경쟁력과 성취력을 높이기 위해 살아야만 하는 가치관 자체에 대해 선택의 여지없는 현실이 어떻게 무한한 삶의 가능성과 정신의 성숙을 위한 것인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지구위의 모든 나라에도 서열을 두고, 직장과 직업, 학교와 문화에도 서열을 두면서, 서열의 맨 꼭대기만을 바라보며 인생의 성취를 논하는 사회에서는 ‘서열’이 아닌 ‘사범(師範)’과 ‘형이상(形而上)’, ‘고전’과 ‘주체성’, ‘자긍심’과 ‘평상심’, 인본주의적 ‘전문성’과 ‘이성’의 발현이 가능하지 않다. 국가와 사회, 역사에 대한 사범의 말이 먹히질 않고 자긍심도 우러난 것이 아니며 희망도 가짜이다.
우리 편집진의 입장에서는 정신의 성숙과 정신의 덕(德)은 이미 청소년 안에 있고, 개성도 무한한 가능성도 이들의 목숨과 더불어 이들 안에 원래부터 깃들어 있는 힘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삶과 정신적 덕을 무한한 이해관계 계산과 소비욕구, 기성세대보다 더 겉늙은 욕구로 채우도록 몰아세우고 있다. 이들 욕구가 내비치는 인간적 가능성은 경제적 욕구와 서열화 속 인정 투쟁의 무한한 가능성으로만 보인다.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열린 인생의 다양함과 무한함이 아닌 것이다.
이번 「일민시각문화」는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읽어볼 수 있는 이런 지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전히 오늘날에도,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이지만,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인 것이다.
- 일민시각총서 기획위원 강성원
우리가 자라온 과정을 되돌아보며 '젊었을 때'라고 하지 않고 '어렸을 때'라고 하면 대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가리킨다. 「일민시각문화」에서 이번에 다루는 ‘청소년’은 10대가 된 소년, 소녀들이 주제이다. 모든 인간은 10대를 거치면서 독립된 개인이자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보통 10대는 미성숙기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미성숙’이란 표현과 ‘무한한 가능성’이란 표현을 곱씹어보면 거기엔 사실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그래서 이해하기 나름인 다의적 차원의 어감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성숙이라는 의미는 육체적, 정신적인 미성숙을 의미하기도 하고, 법적으로는 국가 · 사회 구성원으로 갖추어야할 정치경제상의 자율적 의무 · 권리 관계에 엮여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한편 무한한 가능성이란 말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 말뜻은 추상적이고, 생각해 볼수록 애매하다. 살다보면 사회생활은 그렇게 다양한 가치관이나 생활방편 혹은 목적 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무한한 가능성이란 말은 슬프게 들리기도 한다. 현실에서 이 말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체험에 더 맞아 떨어진다. 무한히 다양한 인생의 저열함을 겪을 가능성, 다양한 방면과 목적에서 뒤쳐진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라는 것이 훨씬 실제상의 삶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일컬어 미성숙이라고 하는 것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라는 통념은 어떻게 된 것일까? 만일 정반대로 본다면 어떨까? 이 시기가 어쩌면 육체적으로는 생명력이 꽃피우는 완벽한 시기이며, 개별적 정신에서 볼 때는 인간의 신성(神性)이 아직 때묻지 않은 영혼의 빛을 발하고 있는 시기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신의 의미를 사회가 수긍하는 행위수행의 능력이라고 본다면, 정신적으로 이 시기는 미완의 시기가 맞다.
우리의 교육정책과 제도는 청소년들에게 다양성과 창의력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인생의 성공’에 대한 비전과 평가에서는 서열화된 대학과 직장과 직업 등을 우선시한다. 청소년에게 대학입시가 제시하는 가치관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가치관이다. 이 점에서 국가와 사회, 기성세대인 부모와 교사는 일심동체이다. 일심동체이기 때문에 국가와 시민사회의 구성원 모두는 이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볼 때 사회에 가치관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실이 이런데도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이 미성숙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속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사회적 거짓은 거짓일진데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아무도 거짓이라 하지 않은 채 우리 사회는 한국인의 우수한 수학(修學) 능력과 생존 능력, 근면성 등을 거론하며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현대사회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는 끝없는 경쟁 속의 사회적 생산력 향상과 그 속에서의 개인의 경쟁력과 성취력을 높이기 위해 살아야만 하는 가치관 자체에 대해 선택의 여지없는 현실이 어떻게 무한한 삶의 가능성과 정신의 성숙을 위한 것인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지구위의 모든 나라에도 서열을 두고, 직장과 직업, 학교와 문화에도 서열을 두면서, 서열의 맨 꼭대기만을 바라보며 인생의 성취를 논하는 사회에서는 ‘서열’이 아닌 ‘사범(師範)’과 ‘형이상(形而上)’, ‘고전’과 ‘주체성’, ‘자긍심’과 ‘평상심’, 인본주의적 ‘전문성’과 ‘이성’의 발현이 가능하지 않다. 국가와 사회, 역사에 대한 사범의 말이 먹히질 않고 자긍심도 우러난 것이 아니며 희망도 가짜이다.
우리 편집진의 입장에서는 정신의 성숙과 정신의 덕(德)은 이미 청소년 안에 있고, 개성도 무한한 가능성도 이들의 목숨과 더불어 이들 안에 원래부터 깃들어 있는 힘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삶과 정신적 덕을 무한한 이해관계 계산과 소비욕구, 기성세대보다 더 겉늙은 욕구로 채우도록 몰아세우고 있다. 이들 욕구가 내비치는 인간적 가능성은 경제적 욕구와 서열화 속 인정 투쟁의 무한한 가능성으로만 보인다.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열린 인생의 다양함과 무한함이 아닌 것이다.
이번 「일민시각문화」는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읽어볼 수 있는 이런 지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전히 오늘날에도,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이지만,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인 것이다.
- 일민시각총서 기획위원 강성원
작업 전시 광경 1
작업 전시 광경 2
작업 전시 광경 7
작업 전시 광경 8
작업 전시 광경 9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이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스타는 그들에게 이 사탕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 사탕을 다 먹어버린 이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냐는 질문은 이 아이들에게 너무 버거울 것이다. 그들은 이 사탕의 달콤한 맛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혹은 헤어나오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국가고시에서 모든 것이 누구나에게 공정하게 이루어 질 것이라는 믿음은 국가만이 가지고 있다. 국가고시에서 국가는 게임의 심판처럼 기능하며 시험장소나 시간등 물리적인 통제에 만전을 기한다. 그러나 무엇이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의 방식이냐는 철학적인 질문에 국가는 답하지 못한다. 국가는 고작 심판의 노릇만 열심히 할 뿐이다. 그리고 국가는 게임이 결국 공정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 하루에 치뤄지는 오지선다의 필기시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 향방을 결정 짓는다. 한 사람은 이 견딜 수 없는 시간을 기어이 버텨내야한다. 이 잔인한 짓을 국가가 주관하며 모든 일이 10년 전 모습처럼 혹은 그보다 더 먼 과거에 학력고사 시절처럼 돌아갈 때 우리가 보는 모습은 이 모든 일은 너희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도 겪었던 일이었다고 변명하는 어른들의 뻔뻔함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 이 단 하루로 바라보고 달려온 모든 결과가 이 하루로 인해 결정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국가는 효율성이라는 합리로 이 모든 가혹함을 바라본다. 단 하루만 통제하면 모든 인력에 번호를 매겨 일렬로 세워 생산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대박'이라는 비합리적이고 사행적인 희망이다. 수능 당일, 시험장 입구 곳곳에 붙은 플래카드에 자주보이는 '대박'이라는 문구는 매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연례행사의 핵심을 기묘하게 상징하는 듯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 하루에 치뤄지는 오지선다의 필기시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 향방을 결정 짓는다. 한 사람은 이 견딜 수 없는 시간을 기어이 버텨내야한다. 이 잔인한 짓을 국가가 주관하며 모든 일이 10년 전 모습처럼 혹은 그보다 더 먼 과거에 학력고사 시절처럼 돌아갈 때 우리가 보는 모습은 이 모든 일은 너희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도 겪었던 일이었다고 변명하는 어른들의 뻔뻔함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 이 단 하루로 바라보고 달려온 모든 결과가 이 하루로 인해 결정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국가는 효율성이라는 합리로 이 모든 가혹함을 바라본다. 단 하루만 통제하면 모든 인력에 번호를 매겨 일렬로 세워 생산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대박'이라는 비합리적이고 사행적인 희망이다. 수능 당일, 시험장 입구 곳곳에 붙은 플래카드에 자주보이는 '대박'이라는 문구는 매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연례행사의 핵심을 기묘하게 상징하는 듯했다.
- 다른 아티스트 작업 설치 광경
>1층 전시장






>2층 전시장







>일민시각총서 4

이번 전시는 네번째 일민시각총서 발간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총 607 페이지

일민시각총서 4 <청소년> 첫번째 사진
p. 211
- 영어마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영어마을 정문에는 한때 대선 후보까지 했던 유력 정치인의 메세지가 거대한 책 모양 조형물에 새겨져있다. 영어를 생활 속에서 배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 곳. 도지사 아무개로 끝나는 그 메세지가 이 곳을 한 정치인의 야망이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어떤 이상을 만났을 때 실현된 공간처럼 보이게 했다. '가짜'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스스로 '대한민국'을 거부하고 서구에 대한 욕망을 건축적으로 실현한다. 그렇다고 이곳이 미국이나 호주는 아니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대한미국' 쯤 될 것이다. 이곳은 세계 지도를 아무리 뒤져도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욕망하는 공간이다.
p. 217
- 수학능력시험
국가고시에서 모든 것이 누구나에게 공정하게 이루어 질 것이라는 믿음은 국가만이 가지고 있다. 국가고시에서 국가는 게임의 심판처럼 기능하며 시험장소나 시간등 물리적인 통제에 만전을 기한다. 그러나 무엇이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의 방식이냐는 철학적인 질문에 국가는 답하지 못한다. 국가는 고작 심판의 노릇만 열심히 할 뿐이다. 그리고 국가는 게임이 결국 공정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 하루에 치뤄지는 오지선다의 필기시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 향방을 결정 짓는다. 한 사람은 이 견딜 수 없는 시간을 기어이 버텨내야한다. 이 잔인한 짓을 국가가 주관하며 모든 일이 10년 전 모습처럼 혹은 그보다 더 먼 과거에 학력고사 시절처럼 돌아갈 때 우리가 보는 모습은 이 모든 일은 너희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도 겪었던 일이었다고 변명하는 어른들의 뻔뻔함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 이 단 하루로 바라보고 달려온 모든 결과가 이 하루로 인해 결정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국가는 효율성이라는 합리로 이 모든 가혹함을 바라본다. 단 하루만 통제하면 모든 인력에 번호를 매겨 일렬로 세워 생산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대박'이라는 비합리적이고 사행적인 희망이다. 수능 당일, 시험장 입구 곳곳에 붙은 플래카드에 자주보이는 '대박'이라는 문구는 매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연례행사의 핵심을 기묘하게 상징하는 듯했다.
p. 452
- 팬덤 문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이란 가장 충성해야 할 고객인 동시에 가장 만만히 보는 상대이다. 아이들은 기어이 5시간을 자신이 보고 싶은 스타를 기다리는데 쓰지만 그들이 공연장을 입장할 때 그들이 받는 것은 따뜻한 환영이 아닌 공연관리요원의 고함소리와 욕이다. 아이들은 이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거의 버려져 있었다. 그들은 그 버려져 있는 시간 동안 웅크려있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연예인 출입구로 우르르 몰려가곤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꿈꾸는 그 사람이 바로 현시하길 원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 욕망을 채워줄 듯 안 줄 듯 그렇게 애태우게 만든다. 그 애태움이 이 공연장 밖에서부터 애달픔으로 바뀌고 있었다.
p. 473
- 팬덤 문화 > 동방신기 콘서트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이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스타는 그들에게 이 사탕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 사탕을 다 먹어버린 이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냐는 질문은 이 아이들에게 너무 버거울 것이다. 그들은 이 사탕의 달콤한 맛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혹은 헤어나오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p. 478
- 코스프레
'코스튬플레이'라고도 하는 코스프레는 '복장'을 의미하는 '코스튬(costum)'과 '놀다'라는 뜻을 가진 '플레이(play)'의 합성어이다. 주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의 복장이나 헤어스타일, 제스처 등을 흉내내지만 유명한 스타나 게임 케릭터 혹은 군인과 같은 특수직업군을 흉내내는 등 대상의 특별한 제한은 없다.
2009년 현재 기준 한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코스프레 관련 동호회의 회원수는 16만명이며 공식적인 코스프레 행사는 만화 관련 박람회인 '코믹월드'의 부대행사로 대략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린다.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코믹월드의 경우 학여울역의 SETEC에서 열리며 코스프레의 경우 장소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나 주로 인접해 있는 양재천 둔치에서 행사가 이루어진다. 사진촬영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함께 모여 유행하는 춤을 추기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카드놀이를 하기도 한다.
코스프레에 연령의 제한은 없지만 대략 초등학교 5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어린 학생의 경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타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인근 동네 주민은 때론 이해할 수 없어하기도 때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지만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가던 길을 가는 편이다. 어떤 코스어 -코스프레하는 사람- 는 노출이 상당히 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코스어는 프리허그나 키스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은 주최측에서 제제를 가한다. 그렇지만 좀 더 자극적인 복장이나 행위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사와 코스어와의 접촉은 행사장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주로 사전에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약속하고 현장에서 만난다. 사진 촬영은 거의 무료로 이루어지고 행사가 끝나고 메일이나 동호회 게시판 등을 통해서 사진이미지를 공유함으로써 모든 과정이 끝난다. 주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취미삼아 촬영하고 있으며 사진사의 나이대는 전반적으로 코스어 보다 높은 편이다. 가끔 40대 이상도 있으며 수준급의 장비를 행사장 내에 설치하기도 한다.
코스어 그룹은 서로 절친 -절친한 친구 사이- 일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나 서로의 닉네임만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행사장 내부에서는 서로가 실명을 안다고 하더라도 실명보다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행사는 코스프레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 바운더리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편이다. '길코'라고 하여 코스프레 복장을 한 채로 사람이 많은 도심지를 가는 행위는 주최 측에서 권유사항으로 금지시키고 있으며 대부분은 그런 권유에 수긍하며 행사장 내에서 옷을 갈아입고 행사가 끝나면 평상복으로 돌아와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코스프레도 산업화 되어 코스튬 관련 전문 업체가 있으며 코스어들은 기성품화 되어 있는 복장을 구입하기도 한다. 복장의 가격은 몇만원 선에서 부터 몇 백 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대략 10만원에서 30만원 선이다. 이런 제품을 구입 후 자신에 몸에 맞게 고치기도 하고 싫증이 나면 동호회를 통해서 되팔기도 한다. 복장이 클 경우 여행용 카트를 이용하기도 하며 복장 이외에 촛대나 접시, 테이블 등 소품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 영어마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영어마을 정문에는 한때 대선 후보까지 했던 유력 정치인의 메세지가 거대한 책 모양 조형물에 새겨져있다. 영어를 생활 속에서 배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 곳. 도지사 아무개로 끝나는 그 메세지가 이 곳을 한 정치인의 야망이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어떤 이상을 만났을 때 실현된 공간처럼 보이게 했다. '가짜'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스스로 '대한민국'을 거부하고 서구에 대한 욕망을 건축적으로 실현한다. 그렇다고 이곳이 미국이나 호주는 아니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대한미국' 쯤 될 것이다. 이곳은 세계 지도를 아무리 뒤져도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욕망하는 공간이다.
p. 217
- 수학능력시험
국가고시에서 모든 것이 누구나에게 공정하게 이루어 질 것이라는 믿음은 국가만이 가지고 있다. 국가고시에서 국가는 게임의 심판처럼 기능하며 시험장소나 시간등 물리적인 통제에 만전을 기한다. 그러나 무엇이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의 방식이냐는 철학적인 질문에 국가는 답하지 못한다. 국가는 고작 심판의 노릇만 열심히 할 뿐이다. 그리고 국가는 게임이 결국 공정했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 하루에 치뤄지는 오지선다의 필기시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 향방을 결정 짓는다. 한 사람은 이 견딜 수 없는 시간을 기어이 버텨내야한다. 이 잔인한 짓을 국가가 주관하며 모든 일이 10년 전 모습처럼 혹은 그보다 더 먼 과거에 학력고사 시절처럼 돌아갈 때 우리가 보는 모습은 이 모든 일은 너희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도 겪었던 일이었다고 변명하는 어른들의 뻔뻔함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 이 단 하루로 바라보고 달려온 모든 결과가 이 하루로 인해 결정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국가는 효율성이라는 합리로 이 모든 가혹함을 바라본다. 단 하루만 통제하면 모든 인력에 번호를 매겨 일렬로 세워 생산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대박'이라는 비합리적이고 사행적인 희망이다. 수능 당일, 시험장 입구 곳곳에 붙은 플래카드에 자주보이는 '대박'이라는 문구는 매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연례행사의 핵심을 기묘하게 상징하는 듯했다.
p. 452
- 팬덤 문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이란 가장 충성해야 할 고객인 동시에 가장 만만히 보는 상대이다. 아이들은 기어이 5시간을 자신이 보고 싶은 스타를 기다리는데 쓰지만 그들이 공연장을 입장할 때 그들이 받는 것은 따뜻한 환영이 아닌 공연관리요원의 고함소리와 욕이다. 아이들은 이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거의 버려져 있었다. 그들은 그 버려져 있는 시간 동안 웅크려있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연예인 출입구로 우르르 몰려가곤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꿈꾸는 그 사람이 바로 현시하길 원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 욕망을 채워줄 듯 안 줄 듯 그렇게 애태우게 만든다. 그 애태움이 이 공연장 밖에서부터 애달픔으로 바뀌고 있었다.
p. 473
- 팬덤 문화 > 동방신기 콘서트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이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스타는 그들에게 이 사탕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 사탕을 다 먹어버린 이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냐는 질문은 이 아이들에게 너무 버거울 것이다. 그들은 이 사탕의 달콤한 맛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혹은 헤어나오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p. 478
- 코스프레
'코스튬플레이'라고도 하는 코스프레는 '복장'을 의미하는 '코스튬(costum)'과 '놀다'라는 뜻을 가진 '플레이(play)'의 합성어이다. 주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의 복장이나 헤어스타일, 제스처 등을 흉내내지만 유명한 스타나 게임 케릭터 혹은 군인과 같은 특수직업군을 흉내내는 등 대상의 특별한 제한은 없다.
2009년 현재 기준 한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코스프레 관련 동호회의 회원수는 16만명이며 공식적인 코스프레 행사는 만화 관련 박람회인 '코믹월드'의 부대행사로 대략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린다.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코믹월드의 경우 학여울역의 SETEC에서 열리며 코스프레의 경우 장소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나 주로 인접해 있는 양재천 둔치에서 행사가 이루어진다. 사진촬영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함께 모여 유행하는 춤을 추기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카드놀이를 하기도 한다.
코스프레에 연령의 제한은 없지만 대략 초등학교 5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어린 학생의 경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타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인근 동네 주민은 때론 이해할 수 없어하기도 때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지만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가던 길을 가는 편이다. 어떤 코스어 -코스프레하는 사람- 는 노출이 상당히 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코스어는 프리허그나 키스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은 주최측에서 제제를 가한다. 그렇지만 좀 더 자극적인 복장이나 행위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사와 코스어와의 접촉은 행사장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주로 사전에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약속하고 현장에서 만난다. 사진 촬영은 거의 무료로 이루어지고 행사가 끝나고 메일이나 동호회 게시판 등을 통해서 사진이미지를 공유함으로써 모든 과정이 끝난다. 주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취미삼아 촬영하고 있으며 사진사의 나이대는 전반적으로 코스어 보다 높은 편이다. 가끔 40대 이상도 있으며 수준급의 장비를 행사장 내에 설치하기도 한다.
코스어 그룹은 서로 절친 -절친한 친구 사이- 일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나 서로의 닉네임만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행사장 내부에서는 서로가 실명을 안다고 하더라도 실명보다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행사는 코스프레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 바운더리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편이다. '길코'라고 하여 코스프레 복장을 한 채로 사람이 많은 도심지를 가는 행위는 주최 측에서 권유사항으로 금지시키고 있으며 대부분은 그런 권유에 수긍하며 행사장 내에서 옷을 갈아입고 행사가 끝나면 평상복으로 돌아와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코스프레도 산업화 되어 코스튬 관련 전문 업체가 있으며 코스어들은 기성품화 되어 있는 복장을 구입하기도 한다. 복장의 가격은 몇만원 선에서 부터 몇 백 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대략 10만원에서 30만원 선이다. 이런 제품을 구입 후 자신에 몸에 맞게 고치기도 하고 싫증이 나면 동호회를 통해서 되팔기도 한다. 복장이 클 경우 여행용 카트를 이용하기도 하며 복장 이외에 촛대나 접시, 테이블 등 소품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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